가방 - 문태준

김춘화
2024-11-18
조회수 54


나는 이 가방을 오래 메고 다녔어

가방 속엔

바닷기와 흰 목덜미의 파도

재수록한 시

그날의 마지막 석양 빛

이별의 낙수낙수 소리

백합과 접힌 나비

건강한 해바라기

맞은편에 마른 잎

어제의 귀뜀

나를 부축하던 약속

희락의 첫 눈송이

물풍선 같은 슬픔

오늘을 당신이 메고 가는군

해변을 걸어가는군

가방 속에

파도 치는 나를 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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