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의 하루 - 마종기

김춘화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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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알겠지,

내가 이슬을 따라온 사연.

있는 듯 다시 보면 없고

없는 줄 알고 지나치면

반짝이는 구슬이 되어 웃고 있네.


없는 듯 숨어서 사는

누구도 갈 수 없는 곳의

거대한 마지막 비밀.

내 젊은 날의 모습도

이슬 안에 보이고

내가 흘린 먼 길의 눈물까지

이슬이 아직 품어 안고 있네.


산 자에게는 실체가 확연치 않은

이슬, 해가 떠오르면

몸을 숨겨 행선지를 알리지 않는,

내 눈보다 머리보다 정확한

이슬의 육체, 그 숨결을 찾아

산 넘고 물 건너 헤매다 보니

어두운 남의 나라에 와서

나는 이렇게 허술하게 살고 있구나.

이슬의 존재를 믿기까지

탕진한 시간과 장소들이

내 주위를 서성이며 웃고 있구나. 


이제는 알겠지, 그래도

이슬을 찾아 나선 내 사연,

구걸하며 살아온 사연.

이슬의 하루는

허덕이던 내 평생이다.

이슬이 보일 때부터 시작해

이슬이 보일 때까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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