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의 처소- 문성해

김계희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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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향기를 맡으면
그 속에 들어가 살고 싶어지네

향기는 분명
들판과 허공과 구름의 사촌
노래나 열꽃, 바람의 팔촌 같은 것인데

장미 향기는 내게 처소를 마련하여주네
꽃술 속에
벽을 쌓고 구들장을 들이고 천장을 올려주네

얼마나 허약한가
해머로 두드리면 쓰러지는
세상의 하고많은 처소란,

얼마나 견고한가
시들지 않으면 쓰러지지 않는
향기의 처소란,

번지도 주소도 없는 이곳을
해마다 붕붕거리며 찾아오는 이들이 있네



향기의 처소- 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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