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편지 - 강기원

김계희
2017-12-19
조회수 977



돌편지 - 강기원



옛날, 글자가 없던 시절에는 돌로 편지를 주었다지.
기쁨으로 충만할 땐 물매 좋은 동그란 돌
울퉁불퉁한 마음일 땐 거칠고 모난 돌
돌의 마음에 내 마음 얹어
납작돌, 먹돌, 칼돌.....
돌의 얼, 돌의 말, 돌의 살, 돌의 결.....
돌을 고를 때의
설레임, 망설임, 두려움으로
돌의 혼도 떨렸을까?
건네주기 전, 한참의 만지작거림으로
돌의 혈관도 부풀었을까?
돌을 줄 때 마음은
수천 년 전 물결도 주었겠지.
빙하와 화산의 마음도 주었겠지.
조각달과 만월의 밤, 뇌우와 눈보라, 어둠 속 동굴의 시간.....들을.
부푼 심장을 손 안에 건네주듯
그렇게 주었을 거야.
답장으로도
심장 같은 돌
돌 같은 심장을 받았을 거야.
땀 밴 손바닥 안에 꼭 쥐면
달궈진 돌도 함께 두근거렸겠지.
돌 속으로도 피가 흘러
함께 붉어졌겠지.

그 겨울, 뜨거운 돌이었던 내 심장을 생각해.
겨울이 다 지나도록
아무도 읽지 않은 소설 같은
돌을 찾아 헤매던 시간들을.
수취인불명의 돌편지를 던지면
텅, 텅, 다시 돌려주던 얼음호수.

그리고 헤매고 있다, 여전히
말을, 글을 모르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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