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기 - 조향미

김춘화
2022-02-13
조회수 192


고비사막에 주막 차리기가 소원이라는

소설가 이시백 선생의 몽골기행단 일정에는

아무것도 안 하기가 있다

칠팔월 염천 사막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 또는 마음대로 해 보기

햇빛과 바람은 무제한이다

전날 밤 일행들은 조금 걱정했다

민가도 없고 시장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데

뭘 하지 아무것도 안 하는 날

책을 읽을까 휴대폰 영화를 볼까

떼어놓고 온 줄 알았던

인생의 짐도 슬금슬금 따라붙는데


막상 다음 날 일찍부터 눈이 뜨여

떠오르는 태양에 경배 드리기

지구의 원주를 따라 슬렁슬렁 걸어보기

풀 뜯는 염소 떼와 말똥히 눈 맞추기

모래밭에 갓 돋은 풀싹 쓰다듬기

지평선 밖으로 팔을 뻗어보기

게르 천창으로 별빛 헤아리기

가만가만 내 숨소리 듣기

크고 높고 무한한 건

작고 낮고 여린 것

경외하고 경탄하기 고요와 마주하기

정녕 아무것도 안 하기





조향미 시집 <봄 꿈> 산지니 201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