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기 - 조향미
고비사막에 주막 차리기가 소원이라는
소설가 이시백 선생의 몽골기행단 일정에는
아무것도 안 하기가 있다
칠팔월 염천 사막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 또는 마음대로 해 보기
햇빛과 바람은 무제한이다
전날 밤 일행들은 조금 걱정했다
민가도 없고 시장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데
뭘 하지 아무것도 안 하는 날
책을 읽을까 휴대폰 영화를 볼까
떼어놓고 온 줄 알았던
인생의 짐도 슬금슬금 따라붙는데
막상 다음 날 일찍부터 눈이 뜨여
떠오르는 태양에 경배 드리기
지구의 원주를 따라 슬렁슬렁 걸어보기
풀 뜯는 염소 떼와 말똥히 눈 맞추기
모래밭에 갓 돋은 풀싹 쓰다듬기
지평선 밖으로 팔을 뻗어보기
게르 천창으로 별빛 헤아리기
가만가만 내 숨소리 듣기
크고 높고 무한한 건
작고 낮고 여린 것
경외하고 경탄하기 고요와 마주하기
정녕 아무것도 안 하기
조향미 시집 <봄 꿈> 산지니 2018
고비사막에 주막 차리기가 소원이라는
소설가 이시백 선생의 몽골기행단 일정에는
아무것도 안 하기가 있다
칠팔월 염천 사막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 또는 마음대로 해 보기
햇빛과 바람은 무제한이다
전날 밤 일행들은 조금 걱정했다
민가도 없고 시장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데
뭘 하지 아무것도 안 하는 날
책을 읽을까 휴대폰 영화를 볼까
떼어놓고 온 줄 알았던
인생의 짐도 슬금슬금 따라붙는데
막상 다음 날 일찍부터 눈이 뜨여
떠오르는 태양에 경배 드리기
지구의 원주를 따라 슬렁슬렁 걸어보기
풀 뜯는 염소 떼와 말똥히 눈 맞추기
모래밭에 갓 돋은 풀싹 쓰다듬기
지평선 밖으로 팔을 뻗어보기
게르 천창으로 별빛 헤아리기
가만가만 내 숨소리 듣기
크고 높고 무한한 건
작고 낮고 여린 것
경외하고 경탄하기 고요와 마주하기
정녕 아무것도 안 하기
조향미 시집 <봄 꿈> 산지니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