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체국 - 이기철

김춘화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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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려고 길들은 우체국을 세워 놓았다

누군가가 배달해 놓은 가을이 우체국 앞에 머물 때

사람들은 저마다 수신인이 되어

가을을 받는다

우체통에 쌓이는 가을 엽서

머묾이 아름다운 발목들

은행나무 노란 그늘이 우체국을 물들이고

더운 마음에 굽혀 노랗거나 붉어진 시간들

춥지 않으려고 우체통이 빨간 옷을 입고 있다

우체통마다 나비처럼 떨어지는 엽서들

지상의 가장 더운 어휘들이 살을 맞댄다

가을의 말이 은행잎처럼 쌓이는

가을 엽서에는 주소가 없다   







이기철 시집 <나무 나의 모국어> (민음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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