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이형기

김춘화
2022-10-20
조회수 153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激情)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訣別)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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