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영원 - 이기철

김춘화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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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따뜻함을 준 옷에게

나에게 편안함을 준 방에게

배고픔을 이기게 한 식탁에게

고백을 들어줄 수 있는 귀를 가진 침묵에게

나는 고마움을 전해야 한다


바느질 자국이 많은 바지에게

백 리를 데려다준 발에게

늘 분홍을 지닌 마음에게

고단한 꿈을 누인 집에게

유언을 써본 일 없는 나무에게

늘 내부를 보여주는 꽃에게

부리로 노래를 옮겨 주는 새에게

분홍을 실어오는 물에게

나는 가난 한 벌 지어 입고

너의 이름으로 초록 위를 걸어간다


언제나 처음 오는 얼굴인 아침에게

하루치의 숨을 쉬게 하는 공기에게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주는 햇빛에게

그리고 마지막

사랑이라고 쓸 수 있는 손에게

수저를 들 때처럼 고마움 전해야 한다


손을 사용할 수 있는 힘에게

백합 한 송이를 선물하고 싶은 가슴에게

흙 위에 그의 이름을 쓸 수 있게 하는 마음에게

아, 영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내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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