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 가는 길 - 신석정

김춘화
202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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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地下의 추엽秋葉에게 주는 시


臨海山(임해산)은 덩스럽게 높았다


그 아래로 그 아래로

다옥한 대 수풀이 있는 마을

그 마을에서 네 소년의 꿈은 나날이

바다처럼 자라났었다


바이올린을 들고

대피리를 들고

너와 내가 다니던 길은

찔레꽃 열매가 유달리 붉은 길이었다

바다 건너 連山(연산)이 푸르게만 푸르게만 보이는 길이었다


아버지를 두고

어머니를 두고

아내와 어린 것을 두고

네 꽃상여가 가던 길은 그 길이었다 


너와 내가 거닐던 그 길에

네 꽃상여가 떠나던 그 길에

오늘 아버지의 꽃상여가 또 떠나야 하는 그 길에


슬픈 이야기만 빚어내는 찔레꽃 열매가 붉어 심장보다 붉어

슬픈 이야기만 빚어내는 바다 건너 연산이 푸르게만 푸르게만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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