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심연 - 조용미

김춘화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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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청매 보러 갔다 구불구불 먼 길 긴 메타세콰이아 길 만났다 녹차밭 지났다 삐뚜름한 오층석탑 한 그루와 부딪혔다


율어, 겸백, 사람 이름 같은 지명들 통과했다


무섭도록 큰 팽나무들이 마을 입구에 줄지어 서 있다


녹색빛 도는 매화 한 그루 아래 들어 가만 숨 고르며 서 있었다

귀신 같은 매화나무와 뺨이 야윈 내가 함께 있었다


건너편에서 찢어진 검은 비닐이 나무가 피워 올린 기이한 꽃처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


바람은 불지 않았다 매화 옆 빈 밭에 보랏빛 자운영이 미열처럼 깔려 있었다 어지러웠다


붉고, 푸르고, 희고, 검은 봄에 나는 항상 먼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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