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 도종환

김춘화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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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는 음악에 몸을 맡기자

사람을 만나고 오는 길에도

잠시 음악의 여울에 몸을 적시자

서류를 뒤적이는 시간은 너무 건조하였으니

촉촉한 손길이 이끄는 샛길로 접어들자

지치도록 일하고도

채워지지 않는 게 많은 그대여

나뭇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을 따라가자

사람을 찌르는 칼이 된 댓글은 그만 보자

깊은 연륜에서 우러난 문장으로 채워진

좋은 글 읽는 시간을 일정표에 넣자

조롱으로 들끓는 머릿속을 비우고

가슴 저린 노래들로 그 자리를 채우자

적개심과 분노의 불길로 가득 찬 언어에

하루를 맡기지 말고

돌아오는 길에는

차분한 시간에 몸을 맡기자

그대 영혼에게도

따뜻한 한 모금의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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