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를 쓰는 밤 - 정해종

김춘화
2022-10-05
조회수 198


당신이 마련하신

기쁨과 고통의 행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몇 명이 다녀가셨다지요

꽃을 준비하지 못한 건

시들지 않는 기쁨을

선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러나 시들지 않는 꽃이란 게

끝내 사그라지지 않는 사랑이란 게

있기나 하던가요

살아 있음을 인생이라 하고

피어 있을 때만이 꽃이라 하고

고통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때만이

사랑이라 하지 않던가요

믿을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대의 문을 두드리지 못한 건

이 믿을 수 없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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