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의 사생활 - 이문재

김춘화
2023-12-11
조회수 58


북의 최고 존엄은

남의 대중가요를 좋아했다 한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그 겨울의 찻집

근자에는 총 맞은 것처럼


남의 최고 권력은

관저 근처 안가에서

씨바스 리갈에 엔카

만주 벌판 말달리며 부르던

일본 군가도 좋아했다 한다


어린 시절

새벽종이 울려야

새아침이 밝아오던 우리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증산하고 수출하고 건설하던

우리는


오늘도 코가 삐뚤어져

나 태어난 이 강산에

늙은 군인의 노래 부르다가

서로 어깨 겯고 갈지자로 비칠비칠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저 너머 내 또래

새벽별 보기 운동하던 저쪽

일구오구년생 돼지띠들 한평생은

굳이 궁금해하지 않기로 한다


한평생 나가자던 우리도

엄연한 존엄이라 했던 우리들은

오늘도 벌게진 두 눈 끔벅끔벅 치뜨며

저마다 집으로 간다 새벽이면

또 기어나와야 하는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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