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기다리며 - 정호승

김춘화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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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를 기다리지 못한다

하루를 기다리지 못해 일 년을 기다리고

일 년을 기다리지 못해 평생을 기다린다

어제 하루도 내일 하루도

하루를 기다리지 못해 당신을 기다리지 못한다

기다리지 않아도 당신은 나를 찾아와

내 더러운 욕망의 발을 씻겨주시지만

시궁창에 떨어진 내 눈물도 건져 깨끗이 씻겨주시지만

용서는 당신의 몫이라고

아버지처럼 고요히 내 어깨를 감싸 안아 주시지만

나는 먼 산마루까지 켜켜이 쌓인

당신에 대한 적의도 원한도 버리지 못하고

오늘 하루를 기다리지 못하는 동안

내 평생이 다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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