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 이문재

김계희
2017-12-19
조회수 1111




일터는 동쪽에 있어야 한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동트는 걸 보며 집을 나서고
노을을 향해 돌아와야 한다고 하셨다
언제나 앞이나 위에
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낮달이 떴다
늙은 아버지가 나를 낳으신 나이
나는 아직 아버지가 되지 못하고
동가숙 서가식 동문서답
그러나 낮달이 낮잠을 잘 리 없다
낮에도 하늘 가득 별이 떠 있는 것이다

낮에도 총총한 별을 생각하면
나를 관통하는 천지 사방의 별빛들을 떠올리면
내가 중심이다 너와 내가 우리가
저마다 분명하고 힘차고 겸손한 중심이다
낮달을 보며 중얼거린다

이것을 누가 당신에게 읽어 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이것을 누구에겐가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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