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없는 건들거림이여 - 허수경

김춘화
2021-01-02
조회수 536
저 풀들이 저 나무잎들이 건들거린다

더불어 바람도

바람도 건들거리며 정처없이

또 어디론가를 ......


넌 이미 봄을 살았더냐

다 받아내며 아픈 저 정처없는 건들거림


난 이미 불량해서 휘파람 휘익

까딱거리며 내 접면인 세계도 이미 불량해서 휘이익


미간을 오므려 가늘게 저 해는 가늘고

비춰내는 것들도 이미 둥글게 가늘어져


둥글게 휜 길에서 불량하게

아픈 저 정처없는 건들거림

더불어 바람도

또 어디론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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