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뮈 - 이기철

김춘화
2021-08-10
조회수 195



그대가 노벨 문학상을 받던 해

나는 한국의 경상도의 시골의 고등학생이었다

안톤 슈낙을 좋아하던

갓 돋은 미나리 잎 같은 소년이었다

알베르 까뮈 그대의 이름은 한 줄의 시였고

그치지 않은 소나타의 음역(音域)이었다

그대 이름을 부르면 푸른 보리밭이 동풍에 일렁였고

흘러가는 냇물이 아침빛에 반짝였다

그것이 못 고치는 병이 되는 줄도 모르고

온 낮 온 밤을 그대의 행간에서 길 잃고 방황했다

의거가 일고 혁명이 와도

그대 이름은 혁명보다 위대했다

책이 즐거운 감옥이 되었고

그대의 방아쇠로 사람을 쏘고 싶었다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열광과 환희는

그러나 나는 후회하지 않으련다

아직도 나는 반도의 남쪽 도시에서 시를 쓰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백 사람도 안 읽는 시를 밤 세워 쓰고 있지만

이 병 이 환부 세월가도 아주 낫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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