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히 서울역에서 - 이생진

김춘화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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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도 가지 않으며

공연히

서울역 에스켈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온다

이럴 때 나는 '공연히'와 사는 것 같다


열차시간표에서 목포를 목표로 했을 때의

뜨거운 여름

그 순간

내가 혼자인 것을 알아버린다

옆에 있는 노숙자에게 듣고 싶은 말을 청하고 싶은데

그는 이미 언어와 분리된 상태

그의 헝클어진 머리에 먼지가 부산하다

죽은 언어들의 폐기장

나는 공연히 그런데를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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