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홀로 걷는 달 - 천양희

김춘화
20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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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 듯 받으며 소리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수 없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苦生門)이란 걸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홀로 걸었다





천양희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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