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 문정희

김춘화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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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 더 많았지만


아무것도 아니면 어때

지는 것도 괜찮아

지는 법을 알았잖아

슬픈 것도 아름다워

내던지는 것도 그윽해


하늘이 보내준 순간의 열매들

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

벌레 먹어

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

이대로

눈물나게 좋아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

여기 도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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