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에게-크리스티앙 보뱅

김계희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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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예요.” 그녀는 늘 이렇게 전화를 받는다. 언제나 왜곡되는 대화의 빛 아래 자신을 먼저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마치 그녀가 그녀 자신 바깥에 있는 것처럼, 수줍음에 다른 누군가를 내세우듯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그 다른 누군가는 다름 아닌 그녀이다.

“마리아예요.” 이 말이야말로 삶에서 생각해야 할 전부다. 자신의 목소리, 자신이 뱉은 말, 그리고 강렬한 침묵 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인간 외에 다른 수수께끼는 없다.

“마리아예요.” 우리가 하는 말에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드러내는 겉모습은 우리를 눈멀게 했고, 우리를 불편하게 하던 순수한 영혼의 얼굴을 우리 스스로 씻어내 버렸다. 갓난아기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던 신은 이제 우리에게서 몇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하지만 집시와 고양이, 접시꽃은 우리가 더는 알지 못하는 영원한 것에 대해 알고 있다.

환희의 인간-크리스티앙 보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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