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 이기철

김춘화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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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우지 않고도 저렇게 즐거운 삶이 있다

돌 지난 상수리나무 잎새가 새끼 노루의 목덜미 같다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다

햇빛이 오면 금새 즐거워지는 나무들

나무들이 즐거워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바람이 오면 한 군데도 비워둔 데 없이 왁자히

수선 떠는 아이들 같다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 같다

오전이 펼쳐놓은 출렁거리는 광목 같다

일찍 여름을 길러낸 삶들은 장화처럼 푹푹 깊어져

손대지 않아도 마구 풀들이 들 것 같다

저 아래로 흘러가는 물소리가

맛있는 것 먹고 떠난 동생 같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도 저 혼자 즐거운 삶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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