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 박형권

김춘화
2022-06-03
조회수 255


중랑천에 꽃 피었다는데

꽃구경이나 갈까

대문 앞에 허전하여 치어다보고 내려다보고

어디가 비어 있나 샅샅이 뒤지고서야

아, 자전거가 보이지 않는다

도둑맞았구나

아내의 장바구니를 실어나르고

딸의 심부름을 실어나르고

내 새벽 둔치 길을 실어나른 식구 같은 자전거가 사라지고 없다

아내도 나오고

주인집에서도 나오고

한골목 사람들 모두 나아서 추리하기 시작했다

용의자는 떠오르지 않고

내 속에 잠겨 있던 의심만 떠올랐다

이 골목의 새벽을 뒤지고 다니는 사람은 두말할 필요 없이 분리수거 할머니!

가다가 멈칫!

ㅡ 아빠. 어디가세요?

학교 갔다 오는 딸처럼

<우리 슈퍼>좌판 앞에서 자전거가 나를 부른다

ㅡ새벽에 담배 사고세워놓고 가더니 이제 찾으로 오는 거야?

목련꽃 보기 부끄러워 돌아올 수 없었는데

자전거가 나를 살살 달래가며 집 앞까지 끌어다놓았다

내가 나를 훔쳐갔다

나한테 용서받는 것이 제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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