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 일 - 박노해

김춘화
20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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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기후가 사나워서

타는 날들도 비구름도 많아서

내 작은 정원의 꽃들도

산밭의 작물과 과실들도

부실하고 초췌하여라 

 

가을 언덕에 서서

물들어오는 산색을 바라보다가

패이고 무너진 대지와

극성인 잡초를 바라보다가 


다시 삽을 들어 물길을 잡고

축대를 쌓고 잡초를 고르고

다음에 올 꽃과 나무를 다듬어간다 

 

좋은 소식은 드물어지고

궂긴 일들은 연달아와도

깊은 숨을 쉬면서 앞을 바라본다 

 

때가 악할수록

세월을 아껴야 하리라

 

세상도 역사도 인생도

지금 지어가는 것은 반드시

다음 계절에 드러나리니 

 

내가 사는 날들을 따라서

그 능력이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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