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만이 - 권정생

김춘화
2022-07-20
조회수 64


누가 뭐라 해도

누가 뭐라 흉을 봐도

내가 구만이 그

머심애가 좋더라

말씨가 뚝배기 같고

행실이 말구루마 같다지만

구만인 홀어머니 모시고 사는

효자란다

해진 청바지 둥둥 걷어 부치고

맥고 모자 삐딱하게 쓰고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씻지도 않고

얼굴이 볕에 그을러 시커멓고

팔뚝이 굵고

그러나 구만이는

책을 읽는단다

한 용운의 시를 읽고

신 채호의 역사책을 읽고

구만이는 경운기도 잘 끌고

강물에서 헤엄도 잘 친단다

가끔씩 들국화 피는 언덕에

쭈구리고 앉아 하늘을 쳐다보는

구만이

남들은 구만이가 가난하다고

천수답 논 한 뙤기 없는

가난뱅이라고 하지만,

길례는

자꾸만 자꾸만

구만이가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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