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에 일 년에 한번을 온다
몸을 씻으려도 오고 옷을 입으려고도 온다
돌이킬 수 없으려니
너무 많은 것을 몰라라 하고 온다
그냥 사각의 방
하지만 네 각이어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제 마음에 따라 여섯 각이기도 한 방
물방울은 큰 물에 몰두하고
소리는 사라짐에 몰두한다
얼룩은 옷깃에 몰두할 것이고
소리는 사라짐에 몰두한다
얼룩은 옷깃에 몰두할 것이고
소란은 소리에 몰두할 것이다
어느 이름 없는 별에 홀로 살러 들어가려는 것처럼
몰두하여
좀이 슬어야겠다는 듯
그 또한 불멸의 습(習)인 것
개들은 잠을 못 이루고 둥글게 몸을 말고
유빙이 떠다니는 바깥
몰려드는 헛것들을 모른 체하면서
정수리의 궁리들을 모른 체하면서
일 년에 한 번 처소에 와서
나는 일 년에 한 번을 몰두한다
이병률 시집 <눈사람 여관> 문학과지성사 2013
나는 여기에 일 년에 한번을 온다
몸을 씻으려도 오고 옷을 입으려고도 온다
돌이킬 수 없으려니
너무 많은 것을 몰라라 하고 온다
그냥 사각의 방
하지만 네 각이어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제 마음에 따라 여섯 각이기도 한 방
물방울은 큰 물에 몰두하고
소리는 사라짐에 몰두한다
얼룩은 옷깃에 몰두할 것이고
소리는 사라짐에 몰두한다
얼룩은 옷깃에 몰두할 것이고
소란은 소리에 몰두할 것이다
어느 이름 없는 별에 홀로 살러 들어가려는 것처럼
몰두하여
좀이 슬어야겠다는 듯
그 또한 불멸의 습(習)인 것
개들은 잠을 못 이루고 둥글게 몸을 말고
유빙이 떠다니는 바깥
몰려드는 헛것들을 모른 체하면서
정수리의 궁리들을 모른 체하면서
일 년에 한 번 처소에 와서
나는 일 년에 한 번을 몰두한다
이병률 시집 <눈사람 여관> 문학과지성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