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이형기

김춘화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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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이 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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