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피 - 마종기

김춘화
2022-10-04
조회수 176


내가 갈대를 좋아하는 이유는

죽은 듯 살아 있고

살아 있는 듯 몸을 흔들며

죽어 있기 때문이겠지.

 

죽고 사는 것이 같이 잘 섞여서

죽은 갈대가 산 것과 같이 노래하고

산 갈대가 죽은 갈대를 안고 춤추네. 


평생 동안 한눈만 팔고 살면서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것 다 가게 하고

손 흔들어 보내면서 웃고 있네 


아끼기 때문에 말도 하지 못하고

팔목 한번, 어깨 한번 만지지도 않는구나

만지고 싶어라, 날아가는 흰 갈대꽃!

매일 흘리는 피도 아무에게 보이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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