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 - 이병률

김춘화
202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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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구름을 올려다보지 않으리라

좋아, 라고 말하지도 않으리라


그대를 데려다주는 일

그대의 미래를 나누는 일

그 일에만 나를 사용하리라


한 사람이 와서 나는 어렵지만

두 평이라도 어디 땅을 사서

당신의 뿌리를 담가야겠지만

그것으로도 어려우리라


꽃집을 지나면서도 어떻게 살지?

좁은 골목에 앉아서도 어떻게 살지?

요 며칠 혼자 하는 말은 이 말뿐이지만

당신으로 살아가리라


힘주지 않으리라

무엇이 비 되어 내리는지도

무엇으로 저 햇빛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리라


하지만 세상에는

공기만으로도 살아가는

공기란(空氣蘭)이라는 존재가 있음을 알았으니

당신으로 살지는 않으리라


물 없이

흙도

햇빛도 없이

사람 없이

나는 참 공기만으로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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