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벽에 그 맨드라미 - 박준

김춘화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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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핀 맨드라미는 연전보다 색이 연하고 어느 줄기에는 검은 병반까지 얻어 저는 많은 비가 내렸던 수일 전을 아쉬워했습니다 하지만 여름빛에 키가 웃자라다가도 벽이 만드는 그림자에 기대어 한 시절 보내고 가을 밤공기를 맞으면 꽃들은 갖고 있던 색을 모두 꺼내 둘 것입니다


다시 서리 오는 날에는 꽃잎을 끓여 식힌 물에 끝이 갈라진 손을 담그며 붉어지는 살과 바람을 맞는 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아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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