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 오거나 놓고 가거나 - 허영숙

김춘화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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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있었나 저 우산

산 적 없는 낯선 우산이 꽂혀 있다

비올 때 내게 왔다가 비 그치자 가버린 사람이 두고 간 것

오래 거기 있는 줄 모르고,

손잡이의 지문

아직 남아 있는 줄도 모르고,


나도 어디 놓고 온 우산은 없나

누가 펼쳐보고

내가 놓고 간 우산인지도 모르고

적셨다 말리며

적셨다 말리며 밥집으로 찻집으로 녹을 키우며 흘러가고 있을까


비올 때 간절하다 햇살 돌면 잊어버리는 사람처럼

살 부러져 주저앉을 때까지 손잡이 지문을 바꾸는

저 우산은

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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