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 손석호

김춘화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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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한 당신의 침상 옆에 눕기 전에는

옆에 눕는다는 것이 이토록 숨찬 일인 줄 몰랐다

당신은 가쁜 호흡으로 어디를 가고 있는 걸까

덩달아 흔들리는 호흡을 딛고 따라간다


당신 옆은 대개 본능적으로 누운 적이 많았다

저만치 앞서가던 당신을 놓치지 않으려

힙겹게 쫓아가던 어릴 적 꿈속 걸음들

결국 손을 잡지 못하고 잠 깨던 날이 얼마였던가


당신이 걸어가는 아득한 뒤편을

침상에 나란히 누워

늘 있던 신과 나 사이의 거리만큼 떨어져 따라가지만

차안此岸의 길을 걷던 당신이 저만치 희미해지면

나도 모르게 뛰고 있고

피안彼岸의 갈림길을 막아선 채 손을 내민다


잠결에 몸을 뒤척인다

울퉁불퉁했던 지나온 길이 생각났던 걸까

잠시 쉬어가자고 살며시 손등을 잡자

느리게 대답하는 당신의 맥박


옆에 누군가 누워있다는 걸 알았을까

잔잔해지는 당신의 호흡

위태로운 누군가의 옆에 눕는다는 건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함께 다시 걸어갈 길을

미리 내는 건 아닐까


다시 겨울이 오고

당신 옆에 눕고 싶어졌을 때

당신의 옆도 당신처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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