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김계희
2018-08-21
조회수 423


-선생님, 저는 여기에서 하얀 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영감이 떠올라요.
 이곳은 온통 다 하얘서, 처음에 여기 왔던 날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은  하얀 벽을 보며 무슨 뜻이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많은 영감이 떠올라서 이제 그 뜻을 알것 같아요.

-여백이 있어야지 생각을 하고 명상을 할 수 있단다. 그림을 그릴때도 늘 여백을 두라고 하지 않니?
 그림도 그렇지만 공간도 그렇고 사람도 그런거야. 여백이 있어야 그 안으로 바람도 불고, 눈도 휴식이 생기고, 조용한 마음이 떠올라서 영감도 생기는 거야.

-저도 나중에 선생님처럼 이런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싶어요.

-너는 화가가 되어야지. 좋은 대학을 가고 유학도 가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래서 훌륭한 화가가 되어 살아야지.

-선생님처럼 화가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중학교때 우리 미술 선생님이 항상 나를 데리고 멀리 도시로 대회에 갔단다.  내가 서진이를 예뻐하는 것처럼 나를 예뻐했지.
 나를 집으로 불러 선생님 그림도 보여주고 음악 감상실에 가서 클레식도 들려 주었어.
 이제 내가 선생님이 되어 선생님 어린 시절이랑 똑같은 서진이를 만났구나. 서진이도 나중에 너랑 똑같은 아이를 만나면 선생님이 생각나겠지?

-저도 그런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런 인연이 올거란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진이가 대학에 갈때쯤이면 선생님은 육십살인데 그때가 되면 그림을 못가르칠테지.

-아니예요. 육십살이 되어도 선생님은 가르칠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선생님이 늙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푼젤에 나오는 늙지 않는 마법의 금빛 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진이는 어제도 오랫동안 나와 함께 있다가 집으로 돌아았다.
색칠을 더 해볼거니 묻자 잠시 쟁각하다가 "선생님이랑 이야기하고 싶어요." 했다.
서진이를 데리고 화방에도 가고 언젠가 보여주고 싶었던 구제가게에도 데리고 갔다.
아이가 웃고, 아이가 재잘거리고, 아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때며 기쁘고 감동 스럽다.
언젠가 자라 이곳을 떠나 잊은 듯이 살겠지만  서진이도 언젠가는 어떤 작고 귀여운 아이를 만나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겠지.
그리고 문득 오늘이 생각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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