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이해하는 땅에

김계희
2022-07-04
조회수 48

     

                                                                                                      plesso-내가 지치고 힘들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00가 다시 그림을 그리러 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 아무도 만나지 않는 아이. 삼년 사이 얼굴이 홀쭉해졌고, 키가 슥 커졌어. 고요하고 차분해 졌어. 


너는 주로 책을 읽어?
책을 읽어요.
글을 써볼래?
아니요.
글을 쓰면 어울릴 거 같아.
모르겠어요. 


그의 뺨에 비가 섞인 바람 냄새가 나. 그의 눈가에 생각들이 먼지처럼 보드랍게 붙어있어. 짧은 속눈썹 사이로 생각이. 손가락을 올려 아이의 눈가를 쓸면 내가 모르는 생각이 묻어 나.
그 아이가 살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해. 그 아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세상이.
그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 마. 아이가 바라는 건 아무도 자신을 걱정하지 않는 세상.


세상을 사는 건 너무 많은 일이 일어 나. 그래서 힘이 필요해. 용기가 필요해. 어쩔 수 없이 만드는 불필요한 신념, 의지 같은 거. 하지만 너는 다른 질서를 만들면 돼.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아도 돼. 그들의 질서는 어지럽고 촌스러워. 그들은 질서의 노예,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질서를 살아가느라 괜히 너를 걱정하겠지.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말을 하는 걸지도 몰라.
그래서 내가 너에게 말을 할께. 다른 말을, 진실하게 아는 말을 할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돼. 고요한 그늘의 풀처럼 살아도 돼.  그래도 돼. 너는 너를 이해하는 땅에서 있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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