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기-놀라운 사람

김계희
2022-11-08
조회수 159

2011년


지독한 말을 들으면서도 고요히 있는 그를 보며 나는 거짓으로 그러는 줄 알았다
그토록 지독한 말이 그 몸 안에 들어가 잠자코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가만히 있는 거였다. 그래서 잠시 후에, 아니면 며칠 후에 그 소리가 반응을 일으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달이 지났을 때 그는 그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처음에 나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건 그의 몸에게서 완전히, 완전히 사라졌던 거였다!

 
포도씨를 먹으면 뱃속에서 포도 넝쿨이 자란다는 말을 들은 어린 시절, 나는 포도씨를 뱉어 먹었다.
포도씨를 삼킨 날은 너무 무서워 늦은 밤까지 잠이 들지 못할 정도로 걱정이 되었다.
포도씨를 뱉어 먹는데 시간이 하도 오래 걸려서 나는 포도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지만,
염려와는 반대로 포도는 넝쿨을 만들지 않았다.
뱃속에서 포도씨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거였다.
그처럼, 그 독한 말 또한 그의 몸 속에서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거였다.
그는 놀라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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