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7
몇 년 만에 떠난 여행에서, 그 겨울 바닷가에서, 어머니는 모든 기억을 잃었다. 몇 걸음 앞서 가는 나를 찾지 못했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문을 찾지 못했고, 어머니는 얼이 빠진 듯 보였다.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공황 장애의 일종일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집에 돌아와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날 어머니가 글씨를 읽지 못한다는 것, 숫자를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병원에 예약을 해 놓고 기다리는 그 몇 일 동안 어머니는 급격히 기억을 잃어갔고, 혈관성 치매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때였다. 병원에 가는 날 어머니는 웃옷에 다리를 끼워 넣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마음을 난생 처음 느꼈다.
어머니는 병원에 조용히 앉아 혼잣말로 "사람이 죽을 것을 준비해 주는 데가 다 있구나."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곳이 병원인 줄 잘 알지 못했고, 자신이 이상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머지않아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결과는 뇌경색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였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정말 신께 감사드렸다. 혈관성 치매라면 회복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전에도 뇌경색이 한번 온 적이 있다고 의사는 말했다. 수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뇌의 사 분의 일이 심하게 괴사된 상태였고, 괴사된 뇌는 회복이 될 수 없으나 다른 살아있는 뇌가 기능을 대신 할 때까지 육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상된 한쪽 시력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뇌의 기능이 어느 정도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걸으면서 울었고, 밥을 먹으면서 울었고, 오빠들과 통화를 하면서 울었다.
그날 새벽 너무나 울다가 세수를 하는데 문득 신이 따스히 나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인자함을 품은 따스한 미소였고, 그때 나는 이 모든 것이 완벽한 완전함 속에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알 것 같았다.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최선의 것임을,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 계심으로 우리에게 기회를 주는 것 - 우리가 각자의 실현을 위해 어머니에게 무심하던 시간을 뒤로 하고 어머니를 중심으로 모이게 될 것을 알았고, 우리들이 받았던 헌신과 사랑을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시도하는 체험이 주어지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마음이 고요해 졌다. 그리고 정교한 신의 의도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지금 나는, 신이 더 나은 기회를 주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옳고 가장 좋은 것을 주기 위해 이 상황을 준비한 것임을 안다. 나는 너저분하게 냄새나는 어머니의 냉장고를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마당을 초토화 시키는 어머니의 화분들을 사랑하게 될 것이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게 될 것이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의 자유를 제한하던 나의 폭력을 참회하게 될 것이고, 이해할 수 없던 어머니의 사랑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형제들이 모일 것이고,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쓸 것이고, 그 체험은 우리를 예전과 다르게 바꿔 놓을 것이다. 끊어졌던 모든 것들은 다시 연결 될 것이고, 내가 부정하던 많은 것들은 긍정으로 바뀔 것이고, 우리는 보다 더 나은 삶이 되어 갈 것이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던 자신의 사랑이 옳았음에 어머니는 행복을 느끼며 잠이 들것이고, 그 먼 나라에서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여 하하하 웃을 것이고, 그 삶이 좋았음을, 그 고통들이 좋은 것이었음을 어깨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눌 것이고, 우리에게 옳았던 고통을, 그 속의 사랑을, 그래서 우리의 관계와 체험을 더 빠르고 높은 깨달음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시 지상으로 오게 될 것이다. 하늘에서는 다시 펑펑 눈이 내리고 흰 새들이 날아 오를 것이다.
2023.3.7
몇 년 만에 떠난 여행에서, 그 겨울 바닷가에서, 어머니는 모든 기억을 잃었다. 몇 걸음 앞서 가는 나를 찾지 못했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문을 찾지 못했고, 어머니는 얼이 빠진 듯 보였다.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공황 장애의 일종일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집에 돌아와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날 어머니가 글씨를 읽지 못한다는 것, 숫자를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병원에 예약을 해 놓고 기다리는 그 몇 일 동안 어머니는 급격히 기억을 잃어갔고, 혈관성 치매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때였다. 병원에 가는 날 어머니는 웃옷에 다리를 끼워 넣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마음을 난생 처음 느꼈다.
어머니는 병원에 조용히 앉아 혼잣말로 "사람이 죽을 것을 준비해 주는 데가 다 있구나."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곳이 병원인 줄 잘 알지 못했고, 자신이 이상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머지않아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결과는 뇌경색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였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정말 신께 감사드렸다. 혈관성 치매라면 회복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전에도 뇌경색이 한번 온 적이 있다고 의사는 말했다. 수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뇌의 사 분의 일이 심하게 괴사된 상태였고, 괴사된 뇌는 회복이 될 수 없으나 다른 살아있는 뇌가 기능을 대신 할 때까지 육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상된 한쪽 시력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뇌의 기능이 어느 정도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걸으면서 울었고, 밥을 먹으면서 울었고, 오빠들과 통화를 하면서 울었다.
그날 새벽 너무나 울다가 세수를 하는데 문득 신이 따스히 나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인자함을 품은 따스한 미소였고, 그때 나는 이 모든 것이 완벽한 완전함 속에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알 것 같았다.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최선의 것임을,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 계심으로 우리에게 기회를 주는 것 - 우리가 각자의 실현을 위해 어머니에게 무심하던 시간을 뒤로 하고 어머니를 중심으로 모이게 될 것을 알았고, 우리들이 받았던 헌신과 사랑을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시도하는 체험이 주어지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마음이 고요해 졌다. 그리고 정교한 신의 의도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지금 나는, 신이 더 나은 기회를 주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옳고 가장 좋은 것을 주기 위해 이 상황을 준비한 것임을 안다. 나는 너저분하게 냄새나는 어머니의 냉장고를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마당을 초토화 시키는 어머니의 화분들을 사랑하게 될 것이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게 될 것이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의 자유를 제한하던 나의 폭력을 참회하게 될 것이고, 이해할 수 없던 어머니의 사랑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형제들이 모일 것이고,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쓸 것이고, 그 체험은 우리를 예전과 다르게 바꿔 놓을 것이다. 끊어졌던 모든 것들은 다시 연결 될 것이고, 내가 부정하던 많은 것들은 긍정으로 바뀔 것이고, 우리는 보다 더 나은 삶이 되어 갈 것이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던 자신의 사랑이 옳았음에 어머니는 행복을 느끼며 잠이 들것이고, 그 먼 나라에서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여 하하하 웃을 것이고, 그 삶이 좋았음을, 그 고통들이 좋은 것이었음을 어깨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눌 것이고, 우리에게 옳았던 고통을, 그 속의 사랑을, 그래서 우리의 관계와 체험을 더 빠르고 높은 깨달음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시 지상으로 오게 될 것이다. 하늘에서는 다시 펑펑 눈이 내리고 흰 새들이 날아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