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8월의 빛!

김계희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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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의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나 몰래 집을 나서는 엄마를 따라 서문시장에 간 일이었다.
도착하고 나서야 엄마의 중요한 볼일이 에프킬라를 사기 위함이라는 것을 안 사실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거기가 동네보다 700원이 더 싸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700원이 싼 에프킬라를 사기 위해 택시를 타서는 안되는 논리는 완벽한 수학이어서
엄마가 과연 숫자를 잃어버린 것이 맞는지 의구심 속으로 문득 희망이 피어오르고, |
그럼에도 지상철을 타기 위해 걷고 오르내리고, 졸도할 것 같은 열기를 헤쳐 시장 끝머리를 향해 걸으며
이 비효율적인 현실이 참으로 꿈만 같아서, 제3세계에나 있을법한 혼미한 골목을 헤매어
살이 부러진 양산 하나를 수리점에 맡기고 에프킬라 세개를 사서 돌아오는데 거룩한 네시간이 흐른 줄도 몰랐다는 사실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수리한 양산을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시 정신이 혼미해 지고,
“괜...찮...다... 괜...찮...다...” 어머니의 메아리가 들려 오면
나는 화들짝 놀래 엄마 몰래 밖으로 나가 양산을 싣고 올 오토바이 퀵을 기다리고,
그게 아니면 엄마는 나 몰래 양산을 찾으러 나갈 것이고, 도로 위를 헤매다 돌아오게 될 것이고,
다음 날 엄마가 다시 사라진 후에야 어제의 버스타기가 실패했음을 알게 될 것이므로.
그리하여 그날의 충격으로 정신이 혼미해져 1500짜리 카카오 씽씽이를 타고 주차된 볼보 SUV를 스피디하게 정통으로 들이박은 사실이었다.


잘가 여름! 수고했어 8월의 빛! 사랑해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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