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이야기-1

김계희
202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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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십 년 전의 일이다. 악몽을 꾸는 적이 거의 없는데 그해는 신년 초부터 거의 매일 한 달 간 악몽에 시달렸다.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끔찍한 악몽들이어서 잠에서 깨면 무서움에 가슴이 떨려  다시 잠이 들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나는 대학 시절부터 예지몽을 자주 꾸었고 그건 대개 신비로운 내용들이었는데, 그래서 꿈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하거나 (예견한 것은 거의 실현되었고 대부분은 좋은 것들이었다) 내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악몽들을 꾸니 이것들이 무언가를 경고하는 듯한 마음이 들어 불안하였다. 판화실 회장님께 - 회장님은 이전의 메세지에 관한 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 영적인 분이라 도움을 구하자고 말씀을 드리니 고민을 하시더니 이건 어쩔 수 없이 무속의 힘을 빌려야 한다며 어느 할머니가 하시는 점집으로 데려가셨다. 점집을 찾아간 적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할머니는 어린 영가가 있는데 나를 찾아왔다며 그게 누군지를 물었고 나는 조카인 민정이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어린 영가가 자신이 왔다는 걸 알리려고 하는 거라며 무언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다음날<신과 나눈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영혼의 챕터에서 영혼이 우리는 찾아오는 이유와 영혼과 만나는 방법에 대한 구절이 있었다. 그것은 무척 간단한 방법이어서, 문득 나는 민정이가 내게 온 것을 알리려고 이렇게 악몽을 꾸는 거라면 민정이가 왔다는 걸 내가 알고 있음을 알려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집중을 하고 민정이를 마음으로 부르자  곧 마음속에 민정이가 느껴지면서 마음속에서 민정이의 대답이 들려왔다.
'민정이 맞아? 민정아, 왜 왔어? 우리 민정이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야?'
'응, 나 민정이야.'
'그래, 네가 왔구나. 민정아, 네가 떠날 때 네가 떠나는 걸 모르고 떠났을까봐 엄마가 그걸 가장 슬퍼해. '
'나는 그 순간 내가 떠나는 걸 알고 떠났어. 그래서 아무렇지 않아. 그러니 그걸 엄마에게 전해줘. 나는 편안하게 잘 있어. 편안하게 잘 있다고 전해줘. 그리고 엄마가 그렇게 슬퍼하며 사는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고, 이제는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고 전해줘.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그래 민정아, 엄마에게 전할게. 이제는 오지 말고 그곳에서 편안하게 지내.'


내가 민정이의 영혼과 교류한 건 채 십 분이 되지 않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게 민정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 나는 동시에 두 개의 마음을 느꼈는데, 하나는 나의 마음-내가 민정이에게 마음으로 말할 때 다급하고 혼란스럽고 정말 민정이가 맞는지 의혹을 가진 마음이었,고, 동시에 들려오는 대답은 무척 담담하고 편안하고 어떤 동요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차분하고 깨끗한 대답과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소한 경험이 처음이어서 마음 한켠에서는 계속 의문을 가지며 민정이가 맞는지를 묻고 있었고, 그러자 민정이는 마지막에  '이제 떠나야 돼. 고모의 마음에 너무 의심이 있어서 오래 머물지 못해. 나는 편안하고 잘 지내고 있어. '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부터 악몽을 꾸지 않았다. 그리고 희윤 선생님과 앞산에 가서 한 시간씩 걷기를 시작했다. 몇 년 동안 희윤 선생님께서 내게 운동을 해야 한다고 권했는데 그제야 희윤 선생님과 함께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선생님은 말하셨다.
"조카가 너를 정말 많이 사랑했나 봐. 이렇게 결국 네가 운동을 시작한 걸 보면, 너를 건강하게 만들려고 찾아온 것 같아. "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민정이는 늘 고모처럼 그림을 그리며 멋지게 살고 싶다고 했어요."

세상에는 신비로운 일들이 많고, 나는 종종 신비로운 일들을 경험하고, 그 경험에는 언제나 그것들을 해석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 악몽들로 인해 나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고, 그 할머니는 이후 어머니에게 큰 일이 생겼을 때 귀한 도움을 주었고, 나는 민정이가 전하고 싶어 했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엔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그녀는 건강이 좋지 않아 늘 염려가 되는 아끼는 후배였다. 그녀는 몇 년 동안 중학교 임용 고시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녀에게 중학생을 상대하는 교사 생활이 맞지 않아 마음에 힘듦이 있을 거라고, 그건 건강에도 좋지 않을거라며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교습소를 차려보기를 권했다. 그녀의 착함과 순수한 에너지가 아이들과 교류하는데 더 나을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리가 만났을 때 그녀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할아버지를 참 좋아했는데 제가 학원을 차렸을 때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어요. 저는 무언가 할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린 것 같아 속으로 죄송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학원에 처음으로 오셨었어요. 그리곤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처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너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구나' 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를 처음으로 인정해주는 듯한 말씀이었고, 그러자 마음에 어떤 것이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어요. 할아버지의 꿈을 한번도 꾼 적이 없는데, 지난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가 꿈에 나오셔서 '네가 너를 지켜 줄게.'라고 말씀하셨어요. 놀라운 건 그날부터 생리를 규칙적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
그녀는 몸이 많이 아팠고, 생리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불규칙적이었는데, 그 말을 듣자 나는 너무나 기뻤다.
"이제 할아버지가 당신의 수호 천사가 될 거야. 수호 천사는 이미 여러 명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할아버지가 가장 가까운 수호 천사가 되는 거야. 나도 증조할아버지가 나의 수호 천사거든. 나는 늘 그걸 느껴. 이제 많은 것이 좋아질 거야. 내 말을 믿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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