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일지-디피 1일차

김계희
202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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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님, 박 선생님, 희윤 선생님, 진이씨와 길연씨, 친구까지 와서 늦은 시간까지 디피를 도와주었다. 그러나 결국 반도 끝내지 못한 채, 널브러진 종이들을 그대로 두고 돌아왔다.  그림은 너무 많았고, 반쪽 벽면을 채우려던 미완성과 습작들은 중구난방 솜씨 자랑 발표회 같았다. 오히려 공간을 해치는 지경이 되어, 결국 진이씨와 길연씨만 남은 밤에 습작들을 철거했다. 가지런히 걸린 액자들을 바라보며, 늘 '보여주기 위한 말'을 고르던 딜레마가 이 중요한 순간에 다시 재현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최근 이십 일 동안 일주일밖에 잠을 자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잠을 자지않는 동안 내가 한 일은 액자를 주문하고, 갈아 끼우고, 닦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은 사라지고, 액자만 남았다.

밤늦게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관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깊은 신뢰를 담은 진심 어린 말씀이었다. 그건 디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통화를 끝내고 관장님이 말씀하신 나 다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래서 내일 다시 디피를 해보려고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종이들을 늘어놓고 계속 디피를 하는 거다. 지금으로선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다 일요일 다섯 시가 되면 전시를 마무리하는 거다.

인생은 종종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거고, 상황에 따라 방향을 수정해가면 되는 거고, 그러니 컨셉 같은 건 바뀌어도 별 상관도 없는것 같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거고, 스스로에게 어떤 기록을 남기는가 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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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계희개인전 #미완의말들 #봉산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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