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내다

김계희
2026-07-09
조회수 81


나는 그림을 팔지 못했다. 모든 작업자들이 그렇듯, 한 장 한 장이 모두 의미롭고 소중한 시간이어서 가격을 매길 수도, 팔 수도 없었다.
어느 날 누군가 말했다.|
“그림은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야지만 남아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문득, 내가 죽으면 이 그림들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슬펐고, 그림들에게 미안했다.
전시 중에도 판매에 대한 질문을 여러 번 받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결정하지 못했다. 가격이 아니라, 이 그림을 보낼수 있을 것인가를.

그러다 전시 넷째 날, 다시 누군가 그림 세 점을 사고 싶다고 말씀하셨을때, 잠시 생각 후에 나는 결정했다. 이 그림들은 내 시간을 아름답게 채워주었고, 그 시간은 내 안에 충분히 남아 있고 영원히 간직 될 것이다. 이제는 이 그림들이 또 다른 이의 시간으로 건너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림을 보내기로 결정하는 순간,오래 미뤄 두었던 것들이 결정되었다. 책을 내는 일, 원화를 걸고 아트 프린트를 나누며 나의 그림을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는 일. 늘 언젠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작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 순간 내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다른 이의 손에 맡겨지는 나의 추억들. 이제는 그곳에서, 나 대신 정다운 시간을 쌓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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