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김계희
2023-12-27
조회수 106

2023.12.6


미소 어머니와 만나기 위해 저녁에 작업실에 갔다. 주인분들께서 며칠 동안 만드신 생나무 트리가 우리의 공간 한켠에 자리하고 있어 여러 마음들이 들었다. 이걸 만들며 무슨 생각들을 하셨을까? 세상의 성탄을 혼자 다 받은 듯 무언가 부끄러워 지려는 마음, 우리 삶을 특별하고 귀중히 여기도록 하는 고요한 영감이 깃드는 밤, 자정까지 따뜻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은숙님이 전해온 편지를 읽는다.

나는 가끔 너무 많은 것을 느껴서, 즐거움을 느낄때도, 즐거움이 오기까지 있었을 다른 것을 느끼고, 거기에 묻어 있는 또 다른 것을 느끼고, 나의 마음속에는 매일매일 너무나 많은 것들이 여러가지의 빛깔로 여러가지의 소리를 내고 있어 때로는 거의 잠을 자지 않고 그 소리를 듣고 듣는다.

우리 헐벗은 마음에도 때론 성탄이 찾아오고, 야, 눈온다! 아이 같은 언어가 찾아오고, 그래서 순결해지는 마음, 착한 마음 같은 게 찾아오고...
삶을 풍족하게 사는 것은 진실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오늘 밤은 따스하고, 그래서 겸손한 마음이 들고, 흰 눈 같은 게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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