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지도는 꽃

김계희
2017-11-29 15:15
조회수 151

작성일 2015.6


스플릿트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나와 엄마, 그리고 동행이 함께 구경을 하고 밤이 되어 숙소로 돌아가는데
실컷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길을 잘 못 들어섰다.
숙소에서 나오면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되는 단순한 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길 어느 시점에서 몇갈래 길이 있어서 혼돈이 왔다.
한시간 반동안 그 길들을 다 들어가봐도 낯선 풍경만 펼쳐졌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했는데 밤은 깊고 배는 고프고 신경이 예민해진 탓에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엄마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작은 샛길이 있었지만 나도 동행도 그 길은 기억에 없던터라 안중에 없었다.
그런데 엄마가 잠자코 혼자서 그 계단을 내려가더니 "여기가 맞다." 했다.
나는 아니라고 다시 다른길로 들어서려는데 엄마가 다시 말했다.
"여기가 맞다. 여기 이 나무, 그렇지, 여기에 이 꽃이 있었다."
우리가 긴가민가 계단으로 내려가는 동안 엄마는 앞질러 어둠속을 걸으며 계속 말했다.
"이 꽃이다. 내가 아침에 나올때 저 흰꽃이 예쁘다고 했었지. 그리고 저나무, 담 위를 덮은 덩굴..."
엄마는 걸어가며 하나하나 나무와 꽃을 가르키며 말했다.
어느새 익숙한 거리가 펼쳐졌고 우리는 십분만에 숙소로 돌아왔다.

엄마는 어디를 여행하던지 꽃을 본다.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서도 새로운 꽃을 보며 감탄하고 놀라하고 기뻐한다.
우리가 구글맵을 뒤적이며 헤메는 동안
엄마는 어둠 속에서 아침에 본 나무와 꽃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엄마를 무시한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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