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김계희
2017-12-11
조회수 232


예전에 오빠가 미국에서 가장 먼저 한일은 화분을 사서 화분에 물을 주는 일이라고 했다.
꽃은 정성이고 부지런함이고 착함의 표현이라고 했던 말을 참 좋아한다.
나도 작업실을 만들고 나서는 아무리 바빠도 일이주일에 한번씩 꽃시장에 가는 일을 빼먹지 않는다.
새로운 꽃을 꽂아놓으면 공간에 생기가 생기고, 꽃이 시들까봐 아까워서 작업실에 더 자주 가게 된다.
항상 아이들이 새로운 꽃을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이고, 나중에 이 아이들도 자라서 식탁 한켠에 항상 꽃을 꽂아둘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도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덕에 그걸 아이들에게 물려줄수 있게 되었다.
지난 여름과 가을에는 아이들과 꽃시장에 함께 갔는데, 거기서 아이들이
"선생님은 잔잔하고 수수한 꽃을 좋아해요. 이게 선생님 스타일이예요."라고 말해, 내가 말한적 없는 꽃취향을 아는게 대견했다.  

지난 여름엔 초록초록한 느낌을 주려고 창고에 있던 병을 모조리 꺼내 마당에 핀 꽃과 풀들을 한가지씩 꽂아두었는데
그걸 본 성빈이와 세영이가 매주 화병에 물을 갈고 자기들이 시든 꽃을 새로운 꽃으로 갈아주느라 분주했다.
처음 함께 꽃을 꽂던 날, 플로리스트가 된것 같다며 행복해하며 밤 아홉시가 될때까지 집에 가지 않았다.

몇주전엔 성빈이가 비싸보이는 커피를 사왔다, 얼마인지 물어봤더니 1700원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이런거 사지 말라고 하니 용돈을 모은거라서 괜찮다고 했다.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이 항상 얼음을 넣은 아이스 커피를 마셔서, 따뜻한 커피를 사주고 싶다고 커피숍을 지날때마다 성빈이가 이야기 하더라고 했다. 1700원이면 사학년짜리 아이에게 얼마나 큰 돈일텐데,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하여서 마음이 뭉클했다.  

성빈이와 세영이가 돌아간뒤 예쁘게 장식해 놓은 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해주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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