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김계희
2017-11-27
조회수 683

작성일 2009년 6월


집으로 돌아와 먼저 한 일을 엄마를 모시고 백화점에 간 일이다.
가서 옷을 여러벌 사드렸다.
그간 어머니에게 어두운 일이 닥쳐 겨울에서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울증이 조금씩 더해졌다.
집을 떠나가 있는 동안 엄마 생각에 많이 울었다.
내 손으로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엄마를 기억하는 무렵부터 지금까지 삽십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지냈는데,
참 오랜 세월이었는데, 지나고 나니 눈 깜빡하는 한순간이다.
한밤중 잠에서 깨면,앞으로 엄마와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들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엄마를 생각할때면 가슴이 미어져 이미 돌아가신 분 마냥 눈물이 난다.
사랑하는 것과의 영원한 이별,나는 그것이 어떤것인지 알수가 없지만
그것보다 더한 슬픔은 없을 것이라는 것은 안다.


기분전환이라도 하게 할 생각으로 모시고 갔는데
그 후 내가 옷을 여러번 사줬다고 전화로 언니에게 자랑하는걸 들었다.
엄마가 기분이 좋아보여 안심되고 마음이 행복했다.

주말을 제외하곤 엄마는 검정고시와 서예 한문을 배우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는데
어찌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자면서도 책을 끼고 잔다.
이루고 싶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텐데
배움이 없어 시도하지 못했고 삶에 쪼들려 배우질 못했다.
돌아와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좋은 이야기를 한번씩 들려줄때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엄마는 참 듣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십년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머리에 잘 들어 갈걸 이제는 들어도 까먹는다고
안타까워 하실때마다 나는 엄마의 지나온 삶에 가슴이 미어진다.
내 남은 생의 반을 엄마에게 드려 배움을 더 하게 하고
원하는 걸 이룰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아기처럼 여겨지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엄마가 점점 아기처럼 여겨져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는 엄마가 연약하고 보드라운 작은 아기처럼 느껴진다.

얼마전 친구와 기억의 칩과 복제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친구가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너는 누굴 복제하고 싶어?"
"엄마."
"그럼 네 아기가 되는데?"
"엄마를 행복하게 키우고 싶어서."

나는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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