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는 아침

김계희
2019-06-08
조회수 705

어제는 여행 후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과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새벽에 눈이 떠졌다. 택시에서 내리니 저 멀리서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는 서진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서진아!하고 부르니 서진이가 뒤를 돌아본다. 서진이는 그동안 그린 일러스트를 여러장을 가져왔다.  그 뒤로 아이들이 웃음을 데굴데굴 굴리며 속속 문으로 들어온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내내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다. 좋은것 예쁜것들을 볼때면 아이들이 생각나서 같이 여행을 하면서 이런 것들을 함께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서윤이 어머니께서는 맛있는 빵을 한아름 사오셨고, 민소 어머니는 할아버지가 키우신 상추와 치커리를 박스에 가득 담아 오셨다.  어머니들께서 늘 먹을 것들을 보내오신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해서 돈을 받고 가르친다는게 때로 미안한 생각이 들때가 있다.
미소는 길던 생머리를 긴 단발로 자르고 앞머리도 잘랐다. 느슨하게 옆으로 묶어서 온 미소의 스타일이 상큼하고 귀엽게 변했다. 서진이는 한달 사이 키가 껑충 컸고, 연우는 살이 조금 쪘다. 지우는 자신에게 뭐가 변했는지 물었는데 나는 지우에게 머리가 짧아졌고 안경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우는 안경을 콘덱트렌즈로 바꿨다고 하면서 선생님은 이베리아 반도로 여행을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이베리아인지는 모르지만 포르투갈을 다녀왔다고 하니 포루투갈이 이베리아 반도에 있다고 했다. 진표는 이제 몇번 밖에 수업을 하지 않았지만 훨씬 선이 섬세해졌고 조금 자신감이 생긴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미술을 많이 기다렸다고 한다. 수업을 하는데 이현이가 선생님을 보러왔다며 찾아왔고, 규리는 나에게 준다고 어머니가 선물로 받은 붉은 장미를 가지고 왔다.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되고 조금씩 자랐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들은 신기하고 신비한 느낌을 준다.

오랜만에 만나서 다들 할말도 많고 즐거웠기에 아이들은 종일 재잘 재잘 떠들며 수업을 했다.  웃음덩어리 아이들이 우루루 들어와 웃음을 가득 채우고 나서 우루루 빠져 나간다. 아이들이  빠져나간 바닥에는 사탕껍질 과자 부스러기, 지우개와 연필들, 간혹 벗어두고 간 옷가지들이 남아 있다. 그 흔적들을 볼때면 오래전 어린 조카들이 벗어두고간 양말을 볼때처럼 마음이 뭉클해진다. 

오늘도 새벽 다섯시에 잠이 깼다. 오늘은 예린이와 다은이, 세현이, 민지, 서현이, 이현이, 성빈이가 오는 날이다.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아침내내 마음이 또 설렌다. 오늘도 웃음으로 가득 채워질 공간을 생각하면 이 아름다운 선물에 감사한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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