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이들

김계희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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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현이가 그림과 사랑에 빠진 이후로 지안이가 그림과 사랑에 빠졌다.
그냥 좋은게 아니라 진짜 사랑에 빠져, 그 얼굴가득 피어오르는 행복감과 희열을 바라볼때면 가슴이 얼마나 벅찬지, 지난 유월 이후 나는 아이들이 주는 행복감 속에서 살았다.
그림그리는 시간이 아까워 돈까스를 안먹었다는 찬현이를 볼때면, 오자마자 스케치북을 펼치고 두시간 내내 고개한번 들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세경이를 볼때면, 그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가슴이 달아오르곤 한다.

그림에 흥미를 잃어버린 예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와서 처음 그렸던 그렸던 찬란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잊지 못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손에 끌려 왔건 아니건 지금은 모두 그림과 깊은 사랑에 빠졌거나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그들의 진지함과 집요하게 집중하는 모습은 나를 열정적이게 만들고, 그런 모습으로 그려내는 아이들의 그림은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 핸드폰 가득 들어있는 그림을 볼때면 그들의 행복해 하는 얼굴이 떠올라, 그림이라는게 이토록 신비로운 것이었나...하는 생각에 나직히 탄식이 나온다.

배가 고픈줄도 모르고 바닥에 엎드려 그림만 그리던 아이의 오른족 팔꿈치는 언제나 까맣고 딱딱하게 굳은 살이 박혀 있었다. 그 아이가 너무나 그리워 눈물이 난다. 그 아이는 슬픔이 무언지를 몰라 보이는 건 하얀 햇살뿐이었다. 그러니 그랬던거다. 그림이라는 게 그토록 신비로와 그것을 알지 못하게 한거다.

오래전의 아이들이 지금의 아이들만큼 그림을 사랑하지 않은것은 내가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나를 눈물나게 한다. 그리고 그 마법같은 신비로움 속에 살아왔던 삶이 축복이어서 눈물이 난다. 그림이란 참 신비로운 나라다.



4학년 이지안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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