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김계희
2017-11-29
조회수 601

작성일 2013.5

복태는 지난 겨울부터 맥북을 옆구리에 끼고 까페를 전전했다.
전화를 할때면<무엇을 만드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12월에도 그랬고 2월에도 그랬고 3월에도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생일에 맞춰 이걸 꺼내놓았다.
2006년도부터 지금까지 세사람이 함께한 여행과 놀이의 기록을 담은 사진책이다.



복태는 포토샵은 물론이고 한글문서도 못쓴다. 바보다.
인터넷뱅킹도 못하니 한번 더 바보다.
(그런데 복태는 놀랍게도 중학교 미술교사다.
십년전에 갑자기 임용고시를 준비하더니 단번에 붙었다.
그게 어떤 시험인지 모르고 우리는 선생님은 복태에게 안어울린다고 했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버릇없는 녀석의 얼굴을 주먹으로 퍽퍽
코피가 나도록 때려도 고발당하지 않는 훌륭한 교사가 되었다.)
그런데 이걸 만들었으니...




간혹 감동을 위해 뭔가를 음모할때가 있는데 이 음모는 능력 범위를 벗어났다.
영어 하나도 못하는데 제목을 거의 영어로 쓴 점. -_



복태는 대학 과동기다. 믿건말건 미대 통틀어 가장 예뻤다. 별명이 티티엘이었다.
계대 미대는 예쁜 여자 많기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고 계대 미대생들의 말한다.
지금은 예쁜 여자들이 앞산 스타벅스에 다 모여있다,고 장다방 장마담이 말한다.
암튼 나는 복태와 안친했다. 남자 거지들과 친했다.



<!--[if !supportEmptyParas]--><!--[endif]-->비니는 2005년 봄 영어학원에서 만났다.
일본영화속에서 막 튀어나온것 같은 아이였는데,
원래 그러지를 않는데, 그냥 반했다.
비니와는 맥주마시고 음악 듣는게 다였는데
학원이 끝나면 네시까지 포켓볼 치고, 밤 열두시까지 맥주 마시고,
그리고 다음날 학원에 갔다. 일년동안 거의 매일을 그랬다.<!--[if !supportEmptyParas]--><!--[end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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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지루한 시간이 켜켜이 쌓이고,
어느날 문득, 봄이 이상하게 명랑하지 않았고, 나는 작업실로 돌아왔다.
미지근한 자리에 혼자 남은 비니는 복태를 만났고 둘은 또 서로에게 반했다.
그래서 결국 난 안친하던 티티엘과 친해졌다.



우리는 거의 이십년지기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고 실컷 놀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턴 우리 셋만 논다. 그냥 기호가 달라졌다.
우리의 기호가 아니라 그들의 기호일걸...-.-



시간은 변화를 가져오고, 휴학을 하고 영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비니는
어느날 유명한 영어학원 부원장으로 스카웃 되었다. 말도 안된다.
바보라도 괜찮던 복태의 집엔 각종분야의 어마한 책들이 쌓이고
복태는 세계의 모든 도서관을 유람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이것도 말 안된다.




누구나 그렇게 실컷 놀다보면 오픈되기 마련이겠으나,
친구들은 정의롭고 오픈되었다.
내가 배운것 중 오분의 일이 그들에게 배운것이다.

우리 중 한명이 무언가를 바라보고 걷기 시작할때
우리는 그가 바라보는 곳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먼 미래에도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걷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는건 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할머니가 되어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취미를 가졌고,
십년쯤 후에 외곽에 땅을 공유하며 집을 짓고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거기에 공동 작업실을 만들고, 소규모지만 문화와 예술적인 삶을 공유하고 창조하며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것. 내가 그들과 함께 하고픈 미래다.



나에겐 항상 참 좋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것에 항상 감사한다.
인연은 정성이 다하는데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서로에게 정성을 다하고픈 사람이 되어준다면 인연은 지속되리라.




사진은 2007년 봄에 찍은 것인데, 아랍부호와 돼지마님, 주정뱅이 고양이 놀이다.
무얼하다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추억이 될지는 몰랐다.
부부가 살면서 그 정이 끈끈해 지듯, 우리 우정은 그때보다 더욱 끈끈해 졌다.
만나면 늘 시름이 사라진다.


진심으로, 친구들 덕분에 더욱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함께 한 지난 시간들은, 더 함께하지 못해 안타까울 정도로 멋지고 아름다웠다.
우리는 서로에게 항상 선물이었던 것 같다.


Emilie mover- Cause we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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