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앞에서 한 아이가 나를 쳐다보며 걸어와 물었다. "선생님, 저를 아세요?" 아이는 오래전 책만들기를 배운 아이였는데 나는 우승이가 조용히 하는 별것 아닌 말들을 좋아했다. 이를테면 "저는 일찍 와서 기다렸어요."라거나 "선생님은 언제 집에 가세요?"같은 특별할 것 없는 말이었는데도 그 말들은 늘 조용히 마음을 적셔 우승이가 무언가 좋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우승이는 참 좋구나. 항상 진실되게 말하니까. " 우승이가 그 말의 뜻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때면 무언가 놀라워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얼굴 가득 자랑스러움과 고마움을 감출수 없이 드러내며 "선생님이 저를 잘 아시네요."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를 보면 늘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나 혹은 홍당무가 저와 같은 인상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승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면 여느 아이와 달리 특별한 행복감을 느끼는 듯 했는데, 집에 돌아갈때면 인사를 마치고도 나를 잠시 가만히 바라보거나 내 배쪽으로 머리를 숙이며 가만히 기다리곤 했다. 그러면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알고 우승이를 꼭 껴안아 주었는데 아이는 늘 내 가슴에 파고들어 조용한 아기새처럼 가만히 있어 그럴때면 이 어린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애틋하고도 참된 어떤 것들로 감미롭게 가슴이 떨려오곤 했다. 우승이가 사랑이나 외로움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느꼈을때 그의 언어에서 나오는 그 느낌이 어디에서 연유된것이지도 알게 되었다.
"선생님, 제가 기억나세요?" 라는 말을 "선생님, 저를 아세요?" 라고 물으며 다가왔을때 나는 우승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래전 약속을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작별인사를 했는데 우승이가 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며 내가 버스를 타는 것을 보고 가려는 뜻이라는 걸 알고 나는 기다리던 택시 대신 우승이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우리들 헐벗은 마음에 가끔은 사랑이라는게 찾아와 참되고 진실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저 아이는 어떻게 이토록 순결한 느낌으로 사람의 마음을 포근히 감쌀 수 있는걸까...
작성일 2014.6
옥상달빛-고요한
정류장 앞에서 한 아이가 나를 쳐다보며 걸어와 물었다.
"선생님, 저를 아세요?"
아이는 오래전 책만들기를 배운 아이였는데
나는 우승이가 조용히 하는 별것 아닌 말들을 좋아했다.
이를테면 "저는 일찍 와서 기다렸어요."라거나 "선생님은 언제 집에 가세요?"같은
특별할 것 없는 말이었는데도 그 말들은 늘 조용히 마음을 적셔
우승이가 무언가 좋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우승이는 참 좋구나. 항상 진실되게 말하니까. "
우승이가 그 말의 뜻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때면 무언가 놀라워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얼굴 가득 자랑스러움과 고마움을 감출수 없이 드러내며
"선생님이 저를 잘 아시네요."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를 보면 늘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나 혹은 홍당무가
저와 같은 인상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승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면 여느 아이와 달리 특별한 행복감을 느끼는 듯 했는데,
집에 돌아갈때면 인사를 마치고도 나를 잠시 가만히 바라보거나
내 배쪽으로 머리를 숙이며 가만히 기다리곤 했다.
그러면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알고 우승이를 꼭 껴안아 주었는데
아이는 늘 내 가슴에 파고들어 조용한 아기새처럼 가만히 있어
그럴때면 이 어린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애틋하고도 참된 어떤 것들로 감미롭게 가슴이 떨려오곤 했다.
우승이가 사랑이나 외로움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느꼈을때
그의 언어에서 나오는 그 느낌이 어디에서 연유된것이지도 알게 되었다.
"선생님, 제가 기억나세요?" 라는 말을 "선생님, 저를 아세요?" 라고 물으며 다가왔을때
나는 우승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래전 약속을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작별인사를 했는데
우승이가 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며
내가 버스를 타는 것을 보고 가려는 뜻이라는 걸 알고
나는 기다리던 택시 대신 우승이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우리들 헐벗은 마음에 가끔은 사랑이라는게 찾아와 참되고 진실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저 아이는 어떻게 이토록 순결한 느낌으로 사람의 마음을 포근히 감쌀 수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