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으면

김계희
2017-11-29
조회수 734

작성일 2014.8


책상에 앉으면 삶이 시작된다.
목적없이 하루를 떠돌았거나, 지치고 진저리가 쳐질때나,
많은 곳들이 나에겐 무의 공간이지만 이곳은 반대의 공간이다.
왜 수많은 미술이, 문학이, 음악이 탄생하냐고 묻는다면
심심하기 때문이라고, 잡생각하지 않기 위해서일 거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은 성격이라고,
어떤 사람들은 심심함을 몹시 견딜 수 없어 한다.


심심함은 많은 것을 들추어 낸다.
아문 딱지 속에 아직도 들어 있는 고름 같은 것,
순진한 시간속에서 차츰 잊어 버리게 된 것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쉴새없이 톱질을 하고 망치질을 하고
그러다가 녹초가 되면 쓰러져 잤다. 밤과 낮이 없었다.
그가 만드는 것들은 별볼일 없는 것들이었다.
그도 그게 별볼일 없는 물건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늘 그렇게 했다.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만든 별것 아닌 것들처럼, 언제나 드러나는 것은 별볼일 없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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