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기억

김계희
2017-11-29
조회수 776

작성일 2014.10



잠을 청하며 누웠다가도 내내 뒤척이다 일어나 그림들을 살펴 본다.
오늘이 며칠인지, 사나흘 동안 잠을 잔게 열 다섯시간이 채 되지 않는데,
오늘은 낮에 두시간 잠깐 자고 작업을 했는데도 또 뒤척이다 일어난다.
이맘때면 늘 그렇듯이, 초조함인듯이 행복인듯이.


어제와 오늘 스켄받은 그림파일이 들어왔다.
원본을 가지고 컴퓨터로 이리저리 매만지기를 며칠째,
자다가도 궁금해져 깨어나 다시 그림을 들여다 보고
수십장이 넘도록 프린트를 하며 레이어를 이리저리 바꿔본다.


집의 기억...행복, 사랑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
나는 남자처럼 살았다. 나의 꿈에는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파도를 가르거나 강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아니면 깨어나기 싫은, 모든 것이 그대로인 꿈들-
그 꿈에는 소녀들이 나왔다.
깨어나면 마음은 흐느꼈지만, 아침이면 아버지처럼, 남자처럼 살았다.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많은 시간과 공간들에서 허락되지 않았지만,
비판을 했고, 또 비판도 받았지만.
늘 자신에게 진실하고자 노력했다.


어쩌면 더 행복하게 살수도 있었을 것이다.
순진함이 주는 고요한 세계에 머물며,
모르는 것이 행복인듯, 그게 삶의 전부인듯.
거칠게 일을 하지도, 판단을 거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언제나 가장 소중한 말은, 가장 해야할 말들은 하지 않는 것이다.
집의 기억. 모든 것이 그대로인 행복의 시절.
햇살이 반짝였고, 꿈속에는 소녀들이 춤을 추었다.





음악:정마리-모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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